
12. [수필]: 라일락꽃이 피는 계절
라일락은 5월의 꽃이라고 한다. 위의 라일락꽃 이미지는 필자의 집 정원에 피어 있는 것을 핸드폰으로 작년에 촬영한 것이다. '라일락'(lilac)은 영어의 표기의 발음이고, 프랑스어로는 '리라'((lilas) 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꽃 이름은 '수수꼭다리'라고 한다. 이 라일락꽃은 유럽에선 특히 젊은 연인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우선 향기가 은은하고, 향기가 오래가서 처녀들 몸에 지니는 향낭(香囊, 향을 넣어 차는 주머니)에 담기는 꽃이기도 하다.
네 갈래로 갈라지는 꽃이 간혹 다섯 갈래로 갈라진 걸 찾으면, 마치 '네잎 클로버'처럼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낭만적인 믿음에서 더욱 사랑받는다고 한다. 이 라일락꽃을 서양에선 흔히 '리라 꽃'이라고도 호칭하는데, 우리가 잘 아는 노래 'Besame Mucho'에도 나올 정도이다. 그 꽃을 삼키면 연인의 사랑이 영원하다는 말도 있다. 또한 라일락꽃 향기는 첫사랑을 생각나게도 한다고 한다. 처녀 순정을 받친 한 남자에 대한 진정한 그리움에 배신당한 애절한 사연을 가진 전설의 꽃이기도 하다.
어느 영국 아가씨가 완전히 믿고 있던 젊은 남자에게 순결을 짓밟혔다고 한다. 그래서 이 아가씨는 마음에 상처를 입은 나머지 끝내 자살하고 말았다. 슬픔에 빠진 친구가 아가씨의 묘에 산더미 같이 라일락꽃을 바쳤는데, 그때의 빛깔은 보라색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보라색의 상징적 의미는 고난, 슬픔, 아픔 및 애절함을 뜻한다. 그래서 고난주간이나 아픔을 뜻할 때, 목사가 설교할 때 입는 ‘가운’(Gown)에 보라색의 후드를 두른다.
그런데, 그 묘 앞의 보라색의 라일락꽃은 그다음 날 아침에 보니 꽃잎 색이 모두 순백색으로 변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라일락꽃은 지금도 영국 '하트포드셔'라는 마을에 있는 교회 묘지에 계속 피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하얀 '리라 꽃'은 청춘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젊은 아가씨 이외에는 몸에 지니지 않는 것이 좋다고 믿고 있다. 꽃은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이지만, 써서 먹을 수가 없다고 하여, 리라 꽃 같은 어리석은 사랑은 하지 말라고들 한다.
만물이 화창한 만춘의 입김에 아련히 잠겨있을 때, 젊은 연인들이 서로 손 잡고 거니는 라일락꽃 숲길은 정말 낭만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렇듯 젊은 연인에게 애정을 속삭여 주고 시정(詩情)을 안아다 주는 동시에,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꽃이 바로 라일락꽃이다. 이제 청춘도 가고 인생도 가는 황혼이 물드는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들에게는 이런 낭만적인 라일락꽃과 향기에 대한 인생론을 펼 때, 우리에게는 무관한 것이니 말하지 말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육체적으로 노쇠해지는 것을 서러워하지 말고, 가슴 속에 그리움도, 사랑도, 낭만도, 소망이 고갈되어 간다는 것에 슬퍼하라고 말하고 싶다. 저녁 서쪽 하늘에 붉은 놀이 진하게 붉게 피어오르는 것처럼, 장작불이 마지막 탈 때, 강한 붉은빛과 화력(火力)을 발하는 것처럼, 인생 황혼기일수록, 삶의 의욕과 의미를 더욱 불살라서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런 삶이 사실 아쉬운 것이다. 롱펠로우 (H.W.Longfellow)의 <인생 찬가>란 시(詩) 속에서 다음의 글을 음미해 보자:
"인생은 한갓 헛된 꿈에 불과하다고 슬픈 사연으로 내게 말하지 말아라. 무덤이 그 종말이 될 수 없고,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라!'라는 이 말은 영혼에 대한 말은 아니다. 우리가 가야 할 곳은, 또한 가는 길은 향락도 아니요, 슬픔도 아니다. 저마다 내일이 오늘에 비해서 훨씬 좋도록 행동하는 그것이 목적이요, 길이다. 이 세상 넓고 넓은 싸움터에서 인생의 야영(野營) 안에서 발 없이 쫓기는 짐승처럼 되지 말고, 싸움에서 이기는 영웅이 되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떠나간 시간의 모래 위에 발자취를 남길 수가 있느니라. 그 발자취는 후일에 다른 사람이 장엄한 인생의 바다를 건너다가 파선 되어 버려진 형제를 보고, 다시금 용기를 얻게 될지니! 우리 모두 일어나 일하지 않으려나, 그 어떤 운명인들 이겨 낼 용기를 지니고, 끊임없이 성취하고 계속 추구하면서 일하며, 기다림을 배우지 않으려나.” 필자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만 인용해 보았다.
필자는 꽃향기가 그윽한 정원의 라일락꽃을 보면서 필자의 인생을 불태우는 환영(幻影)을 그리면서, 줄기찬 삶의 향기가 묻어나는 마음의 라일락꽃을 피우고 싶다. 그래서 보다도 더 뜻있는 유종의 미를 수(繡) 놓고 싶다. 그래서 하나님을 향한 애련한 간구와 인생 고해(苦海)를 향하여는 보다도 아름다움과 꺾이지 않는 인종(忍從)의 시공(時空)을 수(繡)놓고 싶다. 그래서 먼 후일에 나의 걸어간 발자국을 보고, 그들 인생의 조그마한 거울이라도 되고 싶다. 끝.
2009. 4. 18.
山下연구원장: 양 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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